1982 -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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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 작가의 회화는 전통적인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태도와 운동에 대해 반응 또는 조응하는 운동의 이미지이다. 회화란 화가의 몸의 움직임과 호흡의 기록이다. 화가도 살아가는 존재이니 숨을 쉰다. 그가 흡입하고 내뱉는 호흡의 운동은 실존의 가장 간명한 증거이다. 생과 사의 사이에서 관찰되고 기록되는 것들이 회화가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림도 없다. 적막한 어둠뿐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사후의 문제는 상상의 영역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상상이 현재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다. 거기에서 모든 이미지는 현실 속에 동일한 무게와 질을 지닌 사물처럼 다뤄질 수 있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현실도 꿈의 일부이며 꿈도 현실의 일부이다. 실상과 허상은 그렇게 위치를 바꾸며 우리를 구성한다. 채우고 비우고 바꾸고 변화시키면서 말이다. 작가는 문명의 한가운데에서 야생의 밀림처럼 빽빽하게 앞을 가로막는 현실의 복잡한 관계와 사건들 사이로 몸을 움직여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