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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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미나는 자신의 기억에 잔존하는 인물들을 작업에 투영한다. 유년시절 바다 가까이에 살았던 작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러시아 선원의 아이들의 모습이나 자신이 겪은 험난한 사건을 참조한다. 시간이 흘러도 강하게 남아 있는 어릴 적 기억들은 그의 작업에서 회색빛의 차가운 얼굴을 한 인물이나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감정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발로되는 잠재적인 트라우마를 복기하는 행위인 동시에 감정의 내상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이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누구나 갖고 있을 마음의 상처를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상호간의 연대를 제시한다.
작가노트- 유년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냈다. 안경을 벗고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좋아했는데, 그때 느낀 색감, 형태, 빛이 좋았고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안경을 벗고 바라본 모습들은 형태가 완전히 흐릿한 서계로 보였다. 바다와 나무들이 한 덩어리로 일렁이고, 바닷가를 거닐던 사람들과 빛들은 아름다운 색채로 번져 보였다.
그림의 형상과 동작들은 세부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덩어리로 뭉개져 있어도 그 디테일은, 보이는 이의 상상과 느끼는 감정에 맡기고 싶다. 나의 그림으로 잠시나마 표상에 빠져들기를 바라는 것이고, 흐릿한 형태와 순강의감정이 만들어낸 뜻밖의 미학적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표현하는 인물은 어릴 적 경험으로 넘어간다. 낯선 곳에서 혼자서 울음을 터트릴 때 그냥 지나치던 사람, 저만치 서서 지켜만 보던 사람, 말을 건네는 사람, 나의 팔을 잡던 사람 수많은 사람의 얼굴들은 나의 그림들처럼 뚜렷하지 않고 일렁여 보였다. 시력이 좋지 않던 것과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개인마다 나에게 건네던 음성, 체온, 냄새들은 생경한 색채와 형태로 다가왔다. 어릴 적부터 느껴지는 그 형태들은 시간의 급류를 타고 지금 이 순간까지 작업에 몰아치고 있다. 초상들(인물)은 식물처럼 느껴진다. 꽃가루, 씨앗들이 날아다니고 어느 곳에 정착하여 뿌리를 내리고, 섭취하고, 움직이고(흔들리고), 뿌리에서부터 잎이 날떄까지 이루고자 하는 결실을 보기 위해 분산하는 에너지라던가, 소명을 끝내고 말라 수그린 모습들이 인간과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내 공간이라는 경계 안에 화분에 담긴 식물처럼 멍하니 고정되어 앉아 있는 모습에 매 순간 흠칫하며 자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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