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 -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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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본다는 것은 생생한 대상의 경험을 총체적이며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그려내는 것이며, 풍경과의 조우는 여전히 새롭고 나날이 새로운(생생화화生生化化) 인식과 정신의 지평을 여는 일이다.” – 정주영
정주영은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풍경에 대한 해석과 그것의 동시대적 의미를 탐구해왔다. 그의 풍경은 주관에 투사하여 나온 것이라기 보다, 주관을 풍경에 투사하여 나타나는 이미지에 가깝다. 대상의 묘사이기보다는 ‘거의 직설적인 몸짓’이나 ‘얼굴’처럼 보이는 그의 화면은 풍경이지만 풍경에 고착되어 있다기 보다 그 표면이나 그 내면을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관념과 추상을 넘어선 감각과 체험의 구체적이며 원초적인 차원으로 우리 인식의 뿌리를 잡아 이끄는 풍경의 초상’이다.
독일 유학 초기, 공원의 풍경을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작가의 질문은 김홍도나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자신과 대면하고 있는 현실의 풍경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져 왔으며, 원본과 차용, 전통과 현대, 부분과 전체, 관념과 실재, 진경과 실경, 추상적인 것과 사실적인 것의 문제를 끊임없이 탐구하였다.
1996년부터 7년간 김홍도, 정선의 그림 부분을 확대하여 그림을 그리던 작가는 1999년 금호미술관에서 김홍도의 <가학정>을 재해석하는 작품을 선보인 전시를 시작으로, 2003년 조선후기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에 모티브를 얻어 옛 작품의 실경을 추적하며 그 위치나 모습에서 변하지 않는 산에 관심을 갖게 되며 송파진, 양화진, 동작진 등 특정한 곳을 방문해 회화로 풀어낸다. 2013년 갤러리현대에서의 개인전 《부분 밖의 부분》에서는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삼청동까지의 여정을 거치며 올려다본 북악산의 한 측면을 작품화 하며 산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조금씩 달라져가는 산의 조건들을 반영하였다. 2017년 《풍경의 얼굴》에서는 북한산의 봉우리의 형상을 인간 얼굴의 형상과 연결 짓는 동시에 작가 자신의 손 부분을 묘사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렇듯 산을 중심으로 작업을 지속해오던 작가는 프랑스 미술사학자 위베르 다미쉬(Hubert Damisch)의 구름 이론과 그의 저서의 영향을 받은 이후, 2023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그림의 기후》를 통해 회화의 공간을 산 너머의 공간으로 확장해 나간다. 정주영은 풍경의 토대가 되었던 산과 바위에서 점차 물과 안개, 구름과 하늘의 영역으로 회화의 공간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풍경과 회화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회화적 방법론을 모색한다. 그는 고정된 틀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재현 불가능한 어떤 상태를 그리는 것, 혼돈과 덧없음 자체를 표현함으로써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주영은 196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1992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1997년 독일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 네덜란드 드 아뜰리에를 졸업하였으며,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얀 디베츠(Jan Dibbets)교수로부터 마이스터슐러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한국종합예술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누크갤러리(2021), 이목화랑(2020), 갤러리현대(2017), 몽인아트센터(2010), 갤러리 175 (2006), 아트선재센터(2002), 금호미술관(1999)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그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신세계 갤러리, 아트선재센터, 몽인아트센터, 경기도 미술관, 대구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